소설 - 기록_2030

제 27장 - 어긋나는 하루

두융이 2025. 12. 2. 23:57

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
나는 오르에게 일정 확인을 부탁했다.

“오늘 10시 회의 있습니다.”

오랫동안 들어온 익숙한 말투였다.
나는 별 의심 없이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연구소에 도착해 회의실 앞에 섰을 때,
문은 불이 꺼진 채 잠겨 있었다.
복도 전광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0시 회의 — 전일 취소’

나는 휴대 단말기를 열고 공지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어제 오후에 취소된 것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오르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일정 동기화 오류입니다.
어제의 로그… 일부 확인이 어렵습니다.”

문장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회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러운지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결국 복도로 돌아섰다.

점심시간, 도진이 식판을 들고 내 앞에 앉았다.

“선배, 오전에 시료 주신 거 잘 받았어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가 줬어?”

“네? 아까 실험실에서.
검은 트레이에 담아서.”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머릿속에서 그 장면을 찾으려 했지만
어느 틈에 빈 공간처럼 뚫린 부분만 느껴졌다.

“난… 안 준 것 같은데.”

도진도 잠시 멈췄다.

“…그런가요?”

둘 중 누구의 기억이 맞는지도
누가 틀린 건지도
아무런 감각이 따라붙지 않았다.

그건 단순한 착각이라기보다
각자의 하루가 미세하게 다른 결로 미끄러져
서로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르는 갑자기 말했다.

“기록 누락… 감지.”

그 뒤로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퇴근길, 신호등 앞에서 멈춰 섰다.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불이었다.
나는 멈춰 섰다.

그런데
단 1초 뒤,
내 눈에는 그 불이 초록으로 보였다.

머리가 잠시 빈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눈을 깜빡였다.

다시 빨간불이었다.

오르는 말했다.

“신호등 현재 상태…
…초록신호입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눈앞의 불은
붉고, 또렷했다.

잠시 뒤 신호는 실제로 초록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움직였다.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
내가 틀린 건지
오르가 틀린 건지
신호등이 바뀐 건지

확신할 수 있는 감각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주방에서 날 돌아보았다.

“오늘 전화했었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 했는데.”

아내는 미묘하게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건 뭐였지.”

아내는 더 말하려다
말을 그만두었다.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사람처럼.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내의 표정에서
걱정인지, 짜증인지, 당혹인지
그 어느 쪽도 읽히지 않았다.

나 역시
내 표정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었다.

잠들기 전,
책상 위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초침이 ‘틱’ 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시선을 돌렸다 다시 보자
초침은 그보다 훨씬 뒤쪽에 가 있었다.
방금 사이에 여러 칸 건너뛴 것처럼.

나는 눈을 한 번 더 깜빡였다.

초침은
다시 정상적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오르는 조용했다.

나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하루가 그대로 흘렀을 뿐이다.
단지 그 흐름의 어딘가가
아주 조금 어긋난 채로.

그 사실이
크게 느껴지지도,
작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단지—
말할 수 없는 작은 틈 하나가 생긴 듯했다.